부모님이랑 베트남 하노이 여행을 2박4일 동안 갔다 왔습니다. 아침 비행기를 타고 가서 하노이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일정이었고, 첫 날은 하노이에서 두 번째 날은 하롱베이에서 크루즈 1박2일, 마지막 날 하노이에서 쇼핑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갔다왔습니다.
제가 한 여행 일정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고, 종교나 역사에 관심이 없으신 분이라면 제 일정을 참고하시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1일차: (낮) 호안끼엠 호수 -> (저녁) 시티 투어 버스
2일차: (1박 2일) 하롱베이
3일차: (낮) 오후 3시 하노이 도착 -> 롯데 센터 쇼핑 -> (저녁) 야시장 -> 마사지 -> 공항 이동
여행 준비부터 공항까지
자유여행 + 패키지 여행을 섞었습니다. 부모님이 보고 싶은 메인은 하롱베이였기에 하롱베이는 크루즈로 1박 2일을 예약했습니다. 예약은 클룩에서 했고, 가격 대가 10만 후반부터 50만원까지 다양한데 저는 20후반대로 예약을 했습니다. 그 외에는 따로 예약한 것이 없었습니다.
동남아에서는 카카오 택시와 같은 그랩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동이 많을 경우 그랩으로 불러서 택시를 편하게 사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어플 설치 및 카드 등록을 하고 가는 것이 좋기에 미리 그랩을 등록했습니다. 그랩을 이용하면서 문제점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아래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여행 당일, 아침 일찍 공항을 갔는데도 사람이 너무 많았습니다. 제 시간에 도착을 못할 것 같아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하면서 앞으로 달렸는데, 겨우 겨우 제 시간에 비행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이랑 갔으면 재미있는 경험 쯤으로 여겼겠지만 가족이랑 가는 여행이기에 식은 땀이 흘렀었습니다. 가족 여행을 갈 때는 보통의 여행보다 더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또 한 번 생각했습니다.
저는 비엣젯 항공을 사용했는데, 비엣젯 항공은 인터넷에 검색해봤을 때 악명이 높은 항공사였습니다. 주변에서 듣기에도 '그 항공사 별로지 않아?'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제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비엣젯은 다른 항공사와 서비스 질적인 측면에서 전혀 차이가 없었습니다. 물론 자리는 좁았습니다. 무릎이 앞 좌석에 닿지는 않는데, 의자가 너무 직각으로 세워져 있어서 잠 자기가 너무 불편했고 새벽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20분에 한 번은 깬 것 같습니다. 키가 180cm가 넘는 분이시라면 무릎도 앞 좌석에 거의 닿일 것 같으니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서비스 질적인 측면과는 별개로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때 나이 드신 관광객분들이 많았는데, 특히 아저씨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오히려 그게 더 불편했습니다.
하노이
하노이를 보고 떠오른 단어는 '살아있는 도시'였습니다. 그 살아있는 느낌을 가장 크게 준 것은 뭐니뭐니 해도 오토바이 때문이었습니다. 올드쿼터쪽에는 신호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고 오토바이, 자전거, 자동차, 관광버스, 사람들이 뒤섞여서 막 지나다닙니다. 이게 그냥 멍하니 보고만 있어도 정말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처음에 걱정했던 게 '길 건너기도 힘들다는데 부모님을 데려가도 괜찮을까?'였는데, 오히려 부모님은 이런 광경을 보고 '한국과 정말 다르네'라며 신기해하셨고 재밌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혹시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 있으시다면 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일단 인도가 한국에 비해 적고, 좁습니다. 게다가 인도 위 70% 이상을 오토바이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니지도 못합니다. 결국 도로 가장자리 쪽으로 무수히 많은 오토바이를 신경 써가면서 돌아다녀야하는데,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 있다면 돌아다니기가 힘들겁니다. 저도 구글 맵 보랴, 부모님 제대로 따라 오시는지 보랴, 오토바이 피하랴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노이에서 길을 건너는 팁을 드리자면, 일단 길을 건너려고 들어갔으면 멈추지 마시고 일정한 속도로 계속 걸어가시면 됩니다. 알아서 다 멈추거나 피해갑니다. 오히려 오토바이가 온다고 멈추고 그러면 더 위험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호안끼엠 호수, 올드쿼터를 구경하고, 밥도 먹고 재미있게 놀았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시티 투어 버스를 탔습니다.
시티 투어 버스
하노이를 가신다면 시티 투어 버스를 정말 강추하고, 무조건 저녁에 타시라고 추천드립니다. 위치는 호안끼엠 호수 사거리가 있는 곳에서 빨간색 부스가 있으니 찾아서 표를 끊으시면 됩니다. 클룩으로 미리 예매를 하셔도 됩니다. 제가 시티 투어 버스를 탄 이유는 저는 사원이나 역사에 관심이 없는데 하노이의 유명 관광지는 대부분 사원, 역사와 관련된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흥미도 없었기에 굳이 이동해가면서 직접 가까이서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또한 시티 투어 버스를 타면 하노이에서 유명한 관광지는 1시간 안에 모두 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시티 투어 버스를 타면 되겠구나 라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6시에 탔는데 2층 자리에서 밤에 불이 켜진 건물들, 퇴근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하노이를 둘러볼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물어보니 부모님도 시티 투어 버스를 가장 마음에 들어하셨었습니다. 혹시 부모님 중에 기관지쪽이 안 좋으신 분이 있다면 시티 투어 버스를 할 때는 마스크 하나는 챙겨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간 11월은 베트남 건기인데 건기에는 비가 잘 내리지 않으니 오토바이 매연이 그대로 다 올라오고, 이게 퇴근 시간과 맞물리다 보니 매연 때문에 좀 불편했었습니다. 시티 투어 버스로 정차 하지 않고 둘러 보기만 한다면 1시간 정도 걸립니다.
하롱베이
다음 날 오전에 일어나서 하롱베이로 출발했습니다. 패키지를 예약 했기 때문에 호텔 앞으로 관광버스가 왔고, 관광버스를 타고 하롱베이로 이동했습니다. 이동 시간은 2시간 30분 ~ 3시간 정도 걸립니다만, 하롱베이에 거의 다 왔을 때 휴게소에 멈춥니다. 해당 휴게소에는 하롱베이에서 나는 진주 홍보를 하면서 진주도 사라고 하는데 가볍게 무시해주시고, 화장실만 들려주시고 구경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하롱베이에 도착하면 접수를 하고 크루즈를 타고 하롱베이 여행을 즐기시면 됩니다. 제가 신청한 경로는 2번 루트인데 2번 루트가 가장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건 클룩에서 상품을 보시다 보면 볼 수 있으니까 보고 선택하시면 됩니다.
어쨌든 크루즈 여행을 한 후기는 '정말 잘 신청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가족 여행이기에 부모님이 편하게 여행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크루즈 타고 쉬다가 가자는 곳에 갔다 오고, 밥도 다 알아서 준비해주고 여러모로 정말 편했습니다. 그리고 가실 때 운동화는 하나 꼭 챙겨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산을 올라가야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운동화를 신고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불편했던 점은, 저희는 방을 큰 곳을 했는데 큰 방을 넣을 수 있는 곳이 엔진이 있는 쪽이라서 그런지 낮에는 엔진 소리 때문에 조금 불편하긴 했는데, 저녁이 되면 정박을 하기 때문에 아주 조용했습니다. 이건 크루즈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 외에는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저는 배의 컨디션을 보고 크루즈를 신청했기 때문에 영어 가이드가 있는 크루즈를 신청했었습니다. 영어가 듣는 건 되는데 스피킹이 좀 되지 않아서 의사소통이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번역기를 써가면서 하니 크게 문제는 없었습니다. 정말 난 영어 듣기도 하나도 안 되는데 부모님 모시고 크루즈 여행을 해야한다 싶으면, 한국인 가이드가 있는 상품이 있을 수도 있으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롱베이를 1박 2일 여행하고 나서 다시 하노이로 돌아오면 오후 3시 쯤이 됩니다. 하롱베이 첫 날 관광지 2곳, 다음 날 오전 관광지 1곳 후 이른 점심 식사 후 하노이로 출발합니다. (당일 상품도 있긴 한데 부모님을 모시고 간다면 당일에 왔다 갔다 이동하는 상품은 힘들 수 있으니, 1박 2일 상품을 추천드려요.)
그 후 저희는 롯데 쇼핑 센터에 가서 쇼핑을 하고, 다시 올드쿼터쪽으로 와 야시장을 구경하고, 마사지를 받은 후 공항으로 갔습니다. 저희는 공항으로 갈 때 그랩을 이용하지 않고 마사지샵에서 택시를 따로 불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랩
저희가 공항으로 갈 때 다시 택시를 불러달라고 한 이유는 담배 때문입니다. 운전을 하시는 분들은 모두 매너가 있었고, 난폭 운전을 하거나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하노이를 걸어다니다 보시면 아실텐데 흡연을 정말 많이 합니다. 택시에서 손님이 탔을 때 흡연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차 안에서 담배를 얼마나 많이 폈으면, 그랩을 부를 때마다 담배 찌든 내가 너무 심해서 짜증이 났습니다. 안 그래도 더운 나라라 에어컨을 트는데 에어컨에서 담배가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마지막 날 마사지샵에 콜택시 서비스를 이용할건데 담배를 피지 않는 기사로 잡아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비용은 그랩을 사용할 때보다 2 ~ 3배 정도 비싼 것 같은데(그래도 한국으로 치면 엄청 싸니 담배에 민감하시다면 이용하시는 것을 무조건 추천드립니다), 자동차 자체의 크기도 크고,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아 훨씬 쾌적합니다. 저희가 그랩을 탈 때마다 흡연자를 만난 것은 운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 같은데, 어쨌든 부모님과 같이 여행하기도 하고, 제 자신도 담배 냄새를 너무 싫어하기 때문에 저와 같은 분이시라면 공항에서 이동하는 경우는 그랩 말고 택시를 따로 잡아서 이동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그리고 따로 담배 냄새 안 나는 차로 잡아달라고 요청을 꼭 하세요.
음식
음식은 전체적으로 잘 맞았습니다만, 저희 가족은 고수를 싫어하기에 고수를 주문하는 모든 음식에서 빼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베트남어로 외워서 가셔도 좋고, 그냥 '고수'라고 하셔도 알아들었었습니다. 특히 제가 먹었을 때 맛있었던 것은 이 고기말이였는데, 이름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네요. 아마 베트남 음식점을 가시면 다 있을 거에요. 저는 음식점을 갈 때마다 얘를 계속 시켜먹었어요. 강추드립니다. 그리고 또 맛있었던 것은 채소볶음류들입니다. 청경채도 있고, 이름 모를 다른 채소 볶음도 있었는데, 혹시 베트남 음식점 가셔서 채소 볶음이 있다면 꼭 시켜 먹어 보세요. 정말 맛있습니다.
별로 였던 곳은 너무 현지화 된 식당입니다. 저도 청결하지 않은 곳은 선호 하지 않는데, 부모님도 그렇기에 웬만하면 고급 음식점을 모두 찾아갔었습니다. 대충 구분하는 법은 문 열고 닫는 것 없이 다 오픈 해놓고 파는 곳은 현지 식당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딱 봤을 때 느낌으로 '아 여기는 현지 식당 같은데?'라는 곳은 현지 식당이 맞습니다. 가물치 튀김을 먹을 때 미쉐린 인정을 받은 곳이 있다고 해서 가려고 했다가 시간이 부족해서 가까운 현지 식당 중 평점이 괜찮은 곳에 갔습니다. 근데 종업원 태도도 별로고, 무엇보다 너무 더러워서 음식을 먹기 전부터 기분이 상해서 별로 였습니다. 가물치 튀김 자체는 맛이 괜찮았는데 이미 기분이 상해서 맛이 반감된 느낌이랄까요. 그걸 제외하고 나머지 식당은 모두 괜찮았습니다. 매너도 좋고, '알러지 있는 것 있냐'라고 먼저 물어보기도 하고, 신경을 정말 잘 써줍니다. 그래서 가족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너무 현지화 된 식당은 피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고급 식당을 가서 먹어도 가격이 한국에 비해 엄청 저렴하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 외 주의할 점?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실 때는 넉넉하게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라서 그런지 공항에서 심사할 때도 매우 빡빡하게 보더라고요. 짐 검사할 때도 신발을 벗어야 하고, 벨트 시계 등을 모두 뺐어야했습니다. 그래서 줄이 많이 밀렸고, 생각 보다 수속에 오래 걸렸어요. 한국과 일본만 왔다갔다 해본 저로써는 조금 당황했었네요.
베트남의 치안에 대해서 걱정 하시는 분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저도 부모님이랑 가는 여행이기에 치안에 대해서 걱정했는데, 치안은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영어로 의사소통도 모두 다 잘되었고, 사람들도 친절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베트남에 가셔서까지 돈을 아끼려고 최저가 호텔을 찾고 그렇지는 않으실겁니다. 그러면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을 이용할텐데, 정말 한국과 다름 없이 모두 친절하고 서비스가 좋습니다. 그래서 치안에 대해서 걱정이신 분이라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가족 여행
가족 여행을 해외로 가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베트남에 관심도 없었고, 올해는 일본이나 대만을 가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티비에서 하롱베이를 보고 너무 가고 싶다고 하셔서 갔었습니다. '가족여행지로 하노이는 괜찮냐?'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 있는 것만 아니라면 좋다고 대답할 겁니다. 그리고 보통 3박 4일 이상의 일정으로 가실텐데, 하노이에서만 3박 4일을 하지마시고 하롱베이와 같은 주변 관광지를 함께 끼시길 추천드립니다. 종교, 역사에 관심 없는 분은 하노이 관광지에서 별로 볼 게 없습니다. 호찌민 무덤이 뭔 의미고, 사원이 뭔 의미인지 관심도 없는 저로써는 시간 아까운 장소일 뿐입니다. 그래서 시티 투어 버스로 퉁 치시면 됩니다. 사파를 보통 많이 가시는데 사파는 이동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기에 다른 곳에서 정보를 꼭 잘 찾아보시고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한 느낌은,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좋긴 한데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지니 제 자신이 힘들단 것이었습니다. 제가 일정, 예약, 계산, 비상 시 대처 등을 모두 다 해야하는데, 영어로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되는 것도 아니고, 해외 여행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다 보니 여러모로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이 좋아하시니 다음에도 한 번 더 해외 여행을 가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이렇게 하노이를 다녀와서 부산 기장에 가서 이른 시간에 해산물을 먹으면서 여행을 마무리 했습니다. 비행기를 놓칠 뻔하기도 하고, 가족 여행이라 걱정도 많았었던 여행이지만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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